방구석 여행/오늘 뭐 읽지

과학책 추천 / 올해의 책 2017 / 아태이론물리센터(APCTP) 선정 과학도서

푸른새벽녘 2020. 5. 22. 14:36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12월에 10권의 '올해의 과학도서'를 선정하고 있다. 내가 이 추천도서 목록의 존재를 알게된건 2020년이었지만 지난 추천 목록을 훑어보니 보석같은 책들, 이미 유명해진 책들이 목록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과학 분야 전문가, 작가, 지식큐레이터, 칼럼니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있는 많은 분들이 추천위원,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신뢰도가 높은 목록이다. 2017년에 추천된 리스트이지만 추천된 도서들의 가치는 바래지지 않았기에 정리하여 공유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은이) | 동아시아 | 2017년 9월

추천의 말
이 책이 과연 ‘과학책’으로 분류되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 책은 과학책 코너보다는 사회학-혹은 윤리학- 서가에 꽂히는 것이 더 어울려 보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분명 이 책의 저자는 과학자이며, 책의 서술 방식 자체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데다가, 결론 역시도 인과적인 상관관계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인 책으로 손색이 없다고 여겨졌다. 분류에 있어 약간의 혼란을 제외한다면, 이 책에 어울리는 단어는 ‘감탄’이다. 본래 역학(疫學, epidemiology)이란 인간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유행병의 원인을 규명하는 학문이다. 질병의 원인 파악 부재, 불결한 환경, 질 낮은 의료서비스는 분명 질병의 확산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는 여기에 더해 특정 사람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 자체가 질병의 발병 원인, 확산 계기, 치료 불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비를 피할 수 없다면, 같이 맞아주는 사람이 되겠다”라는 말을 올해의 최고의 구절로 꼽고 싶다. 이런 마음이 바이러스처럼, 유행병처럼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과 함께. 더 많은 이들이 기꺼이 함께 찬비를 맞아주러 광장에 나서면 한기는 사라지고, 그들 중 누군가가 지붕을 만들어 낼지도 모를 일이다. 세균은 곰팡이가 만들어낸 항생제로 잡고, 바이러스성 질환은 바이러스를 변형시켜 만든 백신으로 예방하듯, 사회가 만든 질병은 그 사회가 치료법과 예방법을 알아내는 가장 주요한 주체가 될 테니 말이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

책소개
사회역학자인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차별 경험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한다. 차별이나 폭력을 겪고도, 말조차 하지 못할 때, 혹은 애써 괜찮다고 생각할 때 실은 우리 몸이 더 아프다는 것을 연구들은 보여준다. 김승섭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몸은 정직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고용 불안, 차별 등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 몸을 아프게 하는지, 사회가 개인의 몸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사회역학의 여러 연구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저자는 “사회적 환경과 완전히 단절되어 진행되는 병이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인간의 몸과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공동체의 책임은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최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수준에서 병을 예측하고 치료하는 게 가능해지더라도, 사회의 변화 없이 개인은 건강해질 수 없다고 말이다.


《랩 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지은이), 김희정 (옮긴이) | 알마 | 2017년 2월

추천의 말
나무는 홀로 자라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는 과정에서 토양의 특성, 일조량과 기온, 강수량에 영향을 받고, 주변의 다른 나무들과 곤충과 새와 네발짐승들과 복잡한 관계를 이루며 상생한다. 운이 좋아 낫자란 나무도 있고, 혹독한 환경 탓에 졸자랐지만, 또한 그래서 더 맏자란 나무도 있다. 사람도 홀로 살 수 없다. 사람들은 그들을 둘러싼 사회의 조건들 뿐 아니라 가족과 조력자와 경쟁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한 천갈래 만갈래 가지를 뻗고 산다. 때론 타고난 조건이 좋지 못해, 하는 일이 수월하지 않아,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저마다 자신만의 인생을 나름대로 살아간다. 그렇게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나무의 일생과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분류로 묶이는 과학자-그 속에서도 더욱 소수에 속하는 여성 과학자-의 인생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을까. 호프 자런은 이 같지만 다른 두 별개의 존재들의 생(生)을 한 명의 개인의 삶에서 하나로 융합되는 과정을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그려내는 것이 가능함을 알려준다. ‘현실’ 과학자의 연구 주제와 삶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묘사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없이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음을 그녀는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이은희 (과학커뮤니케이터)

책소개
2016년 출간과 함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랩걸-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이 알마에서 출간되었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의사 올리버 색스와 인문학적 자연주의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부재를 아쉬워하던 독자들에게 호프 자런이라는 ‘좋은 글을 쓰는 과학자의 등장’은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랩걸>에서 호프 자런은 자신의 이야기, 자신이 아는 것을 전하는 데에 집중한다. 저마다의 생존 방식에 대해, 떡갈나무에게는 떡갈나무의 방법이 있고, 칡과 쇠뜨기에게는 그들만의 삶이 있다고 다정다감하고도 발랄하게 이야기한다. 다른 이의 방법이 아닌 자신의 방법으로 살고, 숲을 이루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무감각하게 자연을 소비하고 파괴하며 잊었던 생명성을 일깨운다.

호프 자런은 자신의 아픈 이야기마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녀를 괴롭혀온 조울증과, 출산으로 인해 자신의 실험실에서 쫓겨났을 때의 절망,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으리라는 불안. 그런 그녀를 따뜻하게 보듬고 다시 실험실로 향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과 가족 및 동료와의 신뢰, 아이와의 조심스러운 교감이었다.

무엇보다 전문 분야에서 여성이 경력을 이어갈 때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유리천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코 과장하지 않은 목소리로 자신이 겪은 일과 여성 과학자로서 견뎌야 하는 시선에 대해 담담하게 말할 뿐이다. 그녀는 여러 칼럼과 인터뷰를 통해 여성이 겪어야 하는 편견과 차별의 벽을 허무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으며, 누군가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 다른 나무를 돕는 든든한 큰 나무가 되기를 기꺼이 자처하고 있다.


《인포메이션》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제임스 글릭 (지은이), 박래선, 김태훈 (옮긴이),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7년 1월

추천의 말
내가 감수한 책이다. 번역되기 전부터 홍보하고 다녔던 책이기도 하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택한 올해를 빛낼 과학책이다. 제임스 글릭이라는 저자이름만으로 충분하긴 하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이고 SNS고, 결국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류가 겪은 모든 변화를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정보혁명’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과연 ‘정보’가 무엇이냐는 거다. 모두가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 정보란 개념이다. 정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 저자는 정보의 문화적, 역사적, 과학적, 공학적 측면을 빠짐없이 훑어간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정보혁명이 야기할 미래에 대한 통찰은 독자의 몫이다.
김상욱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책소개
인터넷과 SNS, 메신저 등의 발달로 자신의 생각, 의견, 감정 등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소통하는 것은 지금 시대에는 일상이 되었다. 그 누구라도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든 실시간으로 정보 전달과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전기통신이 출현하기 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소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북을 둥둥 쳐서 그 북소리로 멀리 있는 사람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조선시대에는 파발이나 봉화로 적의 침입이나 긴급한 사안을 알리기도 했다. 서찰을 쓴 뒤 사람을 시켜 며칠을 걷게 해 직접 전달하는 방법도 자주 이용했다. 하지만 19세기 유럽에서 전신이 발명되면서 소통과 통신은 거대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화, 팩스, 인터넷, 스마트폰 등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이 편리한 소통의 도구들은 어떻게 발명되고 발전하게 된 것일까?

이러한 인류의 소통과 정보 교환, 정보의 역사와 이론에 관해 자세하고도 치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바로 <인포메이션>이다. 이상욱 교수(한양대학교 철학과)는 이 책을 추천하면서 “정보란 단순히 편지에 담긴 메시지나 컴퓨터가 처리하는 데이터가 아니라 우주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모습이다. 정보의 역사와 이론 그리고 정보 혁명의 함의까지 소개하는 야심 찬 목표를 훌륭하게 성취했다”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울트라 소셜》

사피엔스에 새겨진 ‘초사회성’의 비밀

장대익 (지은이) | 휴머니스트 | 2017년 6월

추천의 말
장대익은 이야기꾼이다. 이미 그의 전작 ‘다윈 시리즈’로 필력을 충분히 검증 받은 바 있다. 장대익은 독자들이 무얼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언제나 가장 선명하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진부한 이야기도 새로운 예로 포장하고, 새롭고 놀라운 내용을 여기저기 깔아두는 것에도 부지런하다. ‘ultrasocial(초사회성)’도 탁월한 언어감각이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장대익은 인간의 특성이 초사회성에 있다고 한다. 장대익의 책을 읽고도 그의 주장에 설득 당하지 않기는 힘들다.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저술가가 펼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 보시라. 우리에게 장대익이 있어 행복하다.
김상욱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책소개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0.4퍼센트에 불과하다. 육상 척추동물 중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퍼져 생태적으로 성공한 종은 호모사피엔스뿐이다. 대체 무엇이 침팬지와 인간의 운명을 가른 걸까? 왜 인간만이 문명을 만들었을까?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적 학자 장대익은 이러한 인류의 성공 뒤에는 '초사회성(ultrasociality)' 진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울트라 소셜은>은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인공지능부터 역사, 사회, 정치까지 우리의 본능에 새겨진 초사회성의 증거를 찾아 다가선다.

2008년 <다윈의 식탁>으로 대중으로부터 진화론의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킨 이후 최신의 과학 연구를 섭렵하며 꾸준히 책으로 써 낸 그는, <울트라 소셜>에서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 영장류학,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인공지능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초사회성'이라는 키워드로 꿰며 사피엔스 본성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 냈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과학적 대답은 다시 인문·사회학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초사회성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

세상과 소통하는 뇌과학 이야기

송민령 (지은이) | 동아시아 | 2017년 9월

추천의 말
"뇌 과학을 통한 나에 대한 이해, 너에 대한 이해, 인간에 대한 이해“에 바탕해서, ”‘인간이 이런 존재라면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탐색하는데 뇌과학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p. 356)" 젊은 저자의 훌륭한 첫 책이다. "인공신경망과 표상의 세계", 그리고 "뇌는 네트워크다" 부분은 잘 쓰인 인문학 책으로도 읽힌다. 책의 문장, “표상은 경험을 일반화해서 구축한 내면의 모델이고 표상의 경계를 명확하게 한 것이 언어다.”를 읽고 저자의 멋진 통찰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통찰이 담긴 문장이 책에는 수두룩하다. 최근의 뇌 과학, 그리고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와 어떻게 관계지어 질 수 있는 지 궁금한 사람은 누구나 꼭 읽어야 할 멋진 책이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책소개
카이스트 과학자 송민령이 소개하는 뇌과학 이야기. 자유의지는 무엇인지, 뇌와 자아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 같은 이야기들을 뇌과학의 최신 성과에 기반을 두고 풀어낸다. 다양한 사례와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을 보면서 독자들은 뇌과학이 지닌 가능성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과학 연구는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크다. 인간 배아 복제와 같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례가 뇌과학에서도 등장할 수 있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와 논의가 필요하다. 더 나은 뇌과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려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우주, 시공간과 물질》

김항배 (지은이) | 컬처룩 | 2017년 2월

추천의 말
두툼한 책을 중간 중간 넘겨보다 처음 튀어나온 말은, “아니, 이런 책을 내다니”였다. 난, 이런 책을 이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첫 몇 장의 내용은 아주 훌륭한 대중 과학서로 읽힐 만하다. 이 부분 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차고 넘친다. 이후 이어지는 내용은 물리학을 전공한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온갖 수식이 등장한다. 그런데 설명이 친절해 어렵지 않게 읽힌다. 잘 이해한 사람만이 잘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재밌는 대중과학 책이면서도, 찬찬히 계산을 따라 공부할 전공 교과서일 수도 있는, 놀라운 이중성을 가진 흥미로운 책이다. 난, 이런 책이 모든 과학 분야에서 더 많이 출판될 수 있는 미래를 꿈꾼다. 저자가 진행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면, 만사 제쳐놓고 맨 앞자리에 앉고 싶다.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책소개
이제 우주는 텅 비고 까맣고 막연하며 두렵기만 한 우리와는 동떨어진 대상이 아니라 탐구하고 개척하고 언젠가는 우리가 이주해야 할 보다 친근한 ‘이웃’이 되었다. 비록 아직은 겨우 걸음마를 뗀 단계이지만 각국이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고 투자를 늘리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우주론은 현대 과학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 물리학의 거의 모든 분야가 우주론에 관여한다. 이 책 <우주, 시공간과 물질>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지능의 탄생》

RNA에서 인공지능까지

이대열 (지은이) | 바다출판사 | 2017년 4월

추천의 말
우주의 빅히스토리에서 ‘지능’이라는 것에 대한 빅히스토리만을 쏙 빼내어 쓴다면 이렇게 써야 할 듯한 책이 나왔다. 유전학, 비교생물학, 진화생물학, 신경과학, 심리학, 경제학은 물론 컴퓨터의 작동원리와 인공지능까지 다양한 전문 분야를 총망라하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 저자의 ‘지식’이 놀랍다. ‘유식한 강화학습’을 하며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나의 뇌는 ‘출처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던 ‘안다는 느낌’의 정보들을 비로소 ‘재인’이 아닌 ‘회상’이 가능한 정보들로 바꾸어 주었다. “지능은 진화의 산물이다. … 뇌는 유전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대신 해결하기 위해서 등장한 일종의 대리인이다. … 지능이란 다양한 학습 방법이 서로 유연하게 결합되는 과정을 말한다.” 위의 작은따옴표와 큰따옴표의 내용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시라. 나는 읽으며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을 다시 생각해내어 적용해 보며 즐겁게 읽었다. 읽다 보면 ‘실망’, ‘후회’, ‘시기’, ‘공포’나 ‘망상’, ‘ 치매’, ‘정신분열증’과 같은 증상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여러 가지 재료를 맛깔나게 볶은 볶음밥이라기보다 여러 잡곡이 고루 섞인 잡곡밥같이 거칠지만 느리게 소화되며 좋은 영양소를 오랫동안 공급해 줄 것 같은 책이다. 맨 끝 맺음말 ‘인공지능을 위한 마지막 질문’에서는 저자의 탁월한 통찰력이 더욱 잘 느껴진다. 많이 배웠다.
손승우 (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 교수)

책소개

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뇌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곧 도래할 인공지능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지능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일대 신경과학과 이대열 석좌교수는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지능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지능이 등장했는지를 파헤침으로써 지능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의 뇌는 유전자의 복제를 돕기 위해 진화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뇌는 조금씩 유전자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 미묘한 갈등 관계에서 인간 지능의 한계가 생겨났다.

RNA부터 DNA, 세포와 뉴런까지 생명의 진화사를 전반적으로 훑어가는 이 책은 생물학에 문외한인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퀴벌레나 해파리, 예쁜꼬마선충 등 다양한 동물의 사례를 보여준다. 인간의 행동은 생물학이나 심리학이란 하나의 렌즈만으로는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저자인 이대열 교수는 신경과학과 경제학, 그리고 심리학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간 지능의 다양한 면모를 탐색함으로써 학문의 진정한 융합을 보여준다.


《빅뱅의 메아리》

우주가 빛에 새긴 모든 흔적 우주배경복사

이강환 (지은이) | 마음산책 | 2017년 10월

추천의 말
<빅뱅의 메아리>는 ‘우주배경복사’라는 어려운 내용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루는 패기가 넘치는 책이다.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진 과정을 친절하게 차분히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충실하고 아름답다. 과학적 성과는 하루아침에 뚝딱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는 과거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끌고 간다. 일반인들이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과학논문으로부터 생생한 과학 현장의 목소리를 뽑아내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생동감이 넘친다. 과학이 밝혀낸 것과 아직 밝히지 못한 것에 대한 솔직한 진술이 돋보이는 균형감 있는 책이다. 과학은 한계를 하나씩 하나씩 걷어내면서 나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이명현 (과학저술가)

책소개
빅뱅으로 태어난 우주의 초기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우주론 입문서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빅뱅에서 인플레이션,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맥락을 차근차근 짚으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또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제인 중력파 검출에서 끈 이론까지 최신 천문학 정보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다.

무한히 작은 한 점에서 태어나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지금까지 팽창하고 있는 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과학적인 이론인 빅뱅 우주론은 무수히 많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빚은 결과이며,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면서 검증 가능한 과학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138억 년 동안 우주에 퍼진 우주배경복사는 우리 우주 전체에 메아리처럼 남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이 빛을 가려내 이론을 세우고 관측하며 증명한다.

『빅뱅의 메아리』에서는 빅뱅 우주론과 정상 상태 우주론의 격렬한 논쟁뿐 아니라 과학자 한 명 한 명의 끊임없는 도전까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던 ‘과학 하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과학 이론이 어떻게 성립되고 발전하는지, 우리가 결과로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얻어졌는지 등을 담은 풍부한 자료와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호기심의 과학》

수식과 공식 뒤에 감춰진 살아있는 물리학의 세계 

유재준 (지은이) | 계단 | 2016년 12월

추천의 말
일상생활 속에서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올해의 추천 과학도서! 과학+수학이라고 하는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수식에 의존하지 않고 쉽지만 논리적인 방법으로 자연현상들을 명쾌히 설명한다. 각각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논리를 펼쳐나가는 독특한 풀이법은 서울대에서 학생들이 가장 듣고 싶은 수업중 하나인 `생각하는 과학’의 명강의로도 유명한 저자만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늘의 구름은 왜 떨어지지 않지?’, ‘움직이는 시계는 느리다?’, ‘물질의 두 얼굴?’ 등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상세히 풀어가며, 더 나아가 그러한 논리를 광범위하게 적용시키면서 독자들의 논리 체계를 재정립시키는 매우 흥미로운 도서이다. 고전역학에서 시작하여 전자기학,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리분야의 논리를 쉽게 이해하고 싶다면 바로 고고씽~
이성빈 (KAIST 물리학과 교수)

책소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유재준 교수가 일상의 자연스런 호기심을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연결시켜 물리학의 핵심 개념을 알기 쉽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지난 십여 년간, 과학적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비이공계생을 대상으로, 수학을 되도록 사용하지 않고 설명했던 핵심교양 강의가 그 바탕이다. 학생들이 어느 부분을 모르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혼란스러워하는지를 분명하게 콕 짚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 과학적 사고방식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

싯다르타 무케르지 (지은이), 이한음 (옮긴이) | 까치 | 2017년 3월

추천의 말
책을 써본 사람은 안다. 이렇게 문장을 표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앞서 수많은 복선을 깔고 마지막 단락에, 마지막 한 문장에 문제의식을 함축하고 문학적 여운까지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개인적 나레이션을 통해 과학적 이론을 설득력 있게 풀어준다. 그리고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성찰을 독자들 앞에 던져놓는다. 유전자에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답이 있다! 유전공학의 시대에 꼭 읽어야 할, 몇 번을 곱씹어 읽어야 할 책이다.
정인경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협동과정 강사)

책소개
우리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우리는 왜 형제와 닮았으면서도 다를까? 이런 종류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전자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강력한 유전자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의사이자 이 책의 저자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유전의 공포 속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저자의 삼촌들과 사촌이 조현병 환자로, 본인들은 물론이고 집안 전체가 고통을 받아왔다. 자신의 유년기를 잠식해온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저자는 정면으로 대응한다. 바로 자신의 집안의 내밀한 비밀에 대해서 고백하며, 유전자의 정체와 그 연구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유전자 연구에 대해서 등 거의 모든 유전자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전작 <암 : 만병의 황제의 역사>로 퓰리처 상을 받은 저자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유려한 말솜씨와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들을 내밀한 유전자의 세계로 흥미롭고 쉽게 인도한다.


책 소개 출처: 알라딘

>>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웹진 구경가기